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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시대에 의인이 갈 곳은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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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보새 작성일17-05-21 09:43 조회2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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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시대에 의인이 갈 곳은 감옥
 
 
한밤중에 기관원들이 민주전선을 압수해간 건 일제 때에도 없던 비겁하고 파렴치한 처사야.
그때는 차라리 검열제도라도 있었지.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서 빨갱이들이 만든 신문도 아닌데 무리로 들어가서 빼앗아가? 너무한 처사야.
그 신문을 국민이 읽으면, 곤란한 사람들이 많았을 거야.
나쁜 짓들 해놓고 그런 사실을 폭로한 신문이나 뺏아가는 따위로 비겁한 정치하려거든 그만 두라고 해.
김지하씨가 쓴 담시 오적만 해도 그래. 그렇게 통쾌하고 옳은 소리를 써놓은 사람보고 미친 사람이라 한다니 세상인심 다 됐어.
말세야, 말세. 허기야 세상이 말세가 아니라 정권의 말기지.
 
김지하씨한테 들었는데 중앙정보부 요원들도 그러더라는 거야.
도둑촌 같은 특권층을 만드는 것이 이적이지 그런 사실을 고발한 자가 이적일 수 있느냐고, 자기들끼리도 그러더라는 거.
민주전선이「오적」때문에 압수당했다는 건 구실에 불과할 것이고 내용인즉 다른 글에 있는게 아니겠어?
어느 신문에서는 오적을 광인이 쓴 광시라 했더군.
그런 소리를 하는 신문은 권력층에 아부하기 위한 현대판「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의 다른 표현이야.
소련 같은 나라는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미치광이로 몰아 병원에 수용한다지.
차라리 그짓들이 사내답고 만용이라도 있어.
나보고도 군사 쿠데타 직후 5.16 비판했다고 정신분열증에 걸린 노인이라고, 미친 사람이라고 당시의 투·맨이 불렀지만.
 
오늘날 누가 미친 사람이지?
하긴 나도 미친 사람이고 김지하도 미친 사람인지 몰라.
그러나 미친놈의 세상에 미치지 않은 놈이 정말 미친놈 아니겠어.
도둑놈 보고 도둑놈이라 했다고 미친놈이라면 도둑 잡는 경찰 다 미쳤나.
그러지들 마.
아무리 위장을 하고 거짓말을 해도 국민은 다 알아.
자기들 동료 속에 그런 자가 없도록 하지는 않고 그런 사실을 고발한 사람만 입 다물도록 하는 권력자들의 정신 상태야 말로 감정해 보아야해. 미친 사람인가 미쳐가는 사람인가. 같은 무리 속에 그런 사실 없는 사람은 물론 도매금으로 당하니 억울하긴 할거야.
 
그러나 그들은 떳떳한 것을 국민은 알아. 옳은 놈을 미친놈으로 몰은 자를, 또 그런 글을 신문에 게재 했다고 감옥에 집어넣으면 우선은 발 뻗고 잠자겠지만 그들은 하늘에 번개만 쳐도 아마 무서워 떨 거야.
도시 사내답지 못한 짓들뿐이야.
바른 말하는 책이나 신문은 빼앗아 버리고, 야당의원들을 달겨 들어서 개 패듯이, 두들기고. 그게 뭐냐 말이야.
왜 페어플레이를 하는 경기정신을 모르나. 선비도를 배우지 못한 탓이야.
국민의 선량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금뱃지나 달고 국회의사당에서 소수 야당 사람들을 말도 못하게 해?
막걸리 퍼 먹이고 취중에 투표한 엉터리 선거로 당선된 본색을 드러낸 건가.
근본들은 잘못됐어도 왜 좀 잘해 보지 않고 억지로, 완력과, 폭력으로 억누르는 거야. 국민을 깔보지 말아야 해.
 
정권은 망해도 또 서지만 국가 기본을 이루는 씨을 억눌러 숨통을 막아버리면 끝장이야. 집권당만 탓하잔건 아니야. 사회정의가 근본적으로 잘못됐지. 평가절하가 문제 아니라 가치전도야. 언론이 옳게 쓰지 못하고 비판받을 곳이 없으니 거칠 것 없이 날뛰는 것 아니겠어 ? 고쳐야지. 언론부터 고쳐야 돼.
나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씨알의 소리」라는 책을 만들어 옳은 소리 해 보자고 했더니 엉뚱한 시비 만들어 폐간 시켰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더군.
온통 세상을 독재의 장막에 몰아넣고 백만 년 해 먹자는 건가.
역사는 냉엄한 고리대금업자야. 받아 낼 것은 받아내고 찾아 낼 것은 찾아내며 빼앗을 건 빼앗아야 돼. 침묵은 미덕이 될 수는 없어.
오늘 같이 정도가 없는 세상에 침묵을 지킨다는 건 굴종이야, 그리고 방조지. 결코 비관해서는 않돼.
시간이 문제 아니겠어?
당장은 안 나타나도 바로 될 것은 바로 되는 게 역사야.
독재가 없어서 독재정권 타도하자는 구호 없나?
이젠 그런 만성화된 구호 따위로는 어려워.
 
지식인 중에 안 넘어간 사람 별로 없지만 때는 아주 어려운 시기야.
불의의 시대에 의인이 갈 곳은 감옥이라고 몇 해 전에 말했지만 그게 참 바른 생각이라면 벌써 감옥에 갔어야 했는데 못간 건 불행이야.
감옥에 가있는 분들 생각하면 면목 없어.
하긴 철창에 둘러싸인 곳만이 감옥은 아니지.
참 생각 제대로 발표 못하고 바른 행동 못하게 조직적으로 만들어 놓은 오늘의 세태가 감옥이라면 감옥이지.
 
그러나 문제는 감옥에 집어넣은 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자유는 감옥에서 새끼를 치고 나오거든.
새 역사를 창조하고 발탁된 민권을 찾기 위해서는 감옥에서 새끼를 좀 많이 까는 날이 와야 할 거야.
어려운 시대에 민주전선이 그 고초를 당하고도 자유의 횃불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정신자세는 훌륭해.
정론이 없는 언론부재에서 민주전선만이라도 필봉을 굽히지 말고 짓밟힌 씨알의 소리를 대변해야 할 터인데 이제는 마지막 보루인 민주전선에다 총공격을 하는 것 같군.
사상계도 키워야 되는데 악랄한 탄압 속에 재생할 기력이나마 있는지 몰라.
민권의 증언지로 사상계는 승리의 그날까지 살려 나가도록 뜻 있는 국민들의 협조가 필요할 줄 믿어.
지금은 야당하기도 퍽 힘들거야.
 
이런 때일수록 직업정치 의식을 버리고 구국이념으로 싸워야 해.
집권당의 횡포를 입씨름만 말고 민중전체의 신용을 얻도록 새로운 민권투쟁의 전기가 마련 되어야하겠지. 민주세력의 범야 단합을 새삼 느끼고 있어. 갈라지면 힘이 분산 된다는 건 소박한 상식이오, 힘의 역학이지.
사소한 감정이나 이해득실의 소아병적인 차원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싸우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이제 자중 지난을 끝내고 독재정권 타도를 위해 단합해야할 역사적인 시점이야.
누구나 정당 만들 자유야 있지.
허나 자유 이전에 당위성을 알아야 해.
야당 인사들마저 괴로운 처지를 비관해서는 파멸이야.
그때는 마지막이지.
꼭 이길 줄 알고만 싸우나.
옳으니까 싸우고 싸우는 과정이 바로 승리의 순간인 것이야. 긴 역사의 안목으로 보면 결국 옳은 것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정율(定律)이 있지. 지식인의 자세가 문제야.
감옥에 가는 자세로, 미친놈 취급을 당할 신념으로 옳은 건 옳고 틀린 건 틀리다는 말을 해야 해. 두려워해서는 안돼.
 
오늘의 독재자는 빈틈없이 정보정치를 하여 저항의 거점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얼마 못 견딜거야.
민권혁명의 장엄한 승리를 이루었던 4월의 젊은이들과 그들의 후배가 그 순수성은 약간 퇴색되었지만 의기가 변질 되지는 않았을 거야. 그들은 꼭 해내고 말거야. 그래서 나는 앞날을 낙관해.
다만 학생들의 기를 어떻게 살려나가고 키워서 국민혁명으로 승화시키느냐가 문제인데 지금은 데모 같은 방법으로는 가망 없어.
그렇다고 폭력혁명을 선동하거나 게릴라전을 책동하는 건 아니야.
그런 서툰 방법은 나라 망치는 매국행위야. 오직 길이 있다면 혼이 합치되는 정신혁명이 필요해. 뜻있는 곳에 길은 언제나 열리기 마련 아닌가. 수양대군의 폭정에 억지 미치광이가 된 매월당 김시습은 한양 거리에다 대낮에 오줌을 갈기며「이백성이 무슨 죄가 있소」 하고 통곡을 했다더군.
미친놈이 필요해. 미친놈의 세상에 미치지 않은 놈이 미친놈이니까.
1973. 10.
 
 
 
민주전선 1973.10.
저작집30; 없음
전집20;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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